제주지역 필리핀계 결혼이주민 자녀의 정체성 분석

Abstract

본 연구의 목적은 제주지역 필리핀계 결혼이주민 자녀의 정체성은 어떤 다양한 양상을 띠고 있는지, 그 정체성 형성은 어떤 사회적 요인에 의행 영향을 받는지 밝히고, 국제결혼이주민 자녀들이 정체성 정립과 그에 대한 정책적 지원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데 있다.

본 연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제주지역 필리핀계 결혼이주민 자녀들의 정체성은 이주민자녀들 사이에서 어떤 차이점을 보이는가? 둘째, 제주지역 필리핀계 결혼이주민 자녀들의 다양한 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미친 사회적 요인은 무엇인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결혼이주민 자녀의 정체성에 관한 선행연구를 살펴봄으로써 이론적 기초를 정립하고, 제주지역 필리핀계 결혼이주민 자녀들이 보이는 정체성을 살펴보기 위해 제주외국인쉼터에 다니는 초등학생 6명을 관찰․면담하였다. 같은 필리핀계 이주민 자녀라 할지라도 이들의 정체성은 다양한 삶의 조건 속에서 서로 다르게 나타날 것임을 전제로 제주지역 필리핀계 이주민 자녀들의 정체성을 필리핀과 한국 두 사회에 대한 소속감의 정도에 따라 유형화하였다. 또한 결혼이주민 자녀의 정체성 형성 요인을 사회 문화, 사회조직, 의미 있는 타자와의 상호작용의 차원에서 찾고자 하였다. 이러한 분석의 틀을 기초로 연구한 결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제주지역 필리핀계 결혼이주민 자녀들의 정체성은 네 가지 유형의 다양한 양상을 보였다. 균형 지향형은 필리핀과 한국 문화를 오가며 두 문화의 균형점을 찾으려 하고, 주류문화 지향형은 필리핀과 한국 문화 사이에서 보다 더 한국인이 되려는 지향이 강했다. 또한 하위문화 우세형은 필리핀 문화나 한국의 대중문화 등 소위 하위 문화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하고, 일탈 위험형은 사회적 규범의 벽을 넘어 일탈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자 했다. 둘째, 제주지역 필리핀계 결혼이주민 자녀들의 다양한 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미친 사회적 요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균형 지향형의 정체성을 보인 이주민 자녀들은 그 부모가 심리적, 사회적으로 안정되었고, 자녀에 대한 관심 또한 많으나, 모국의 언어나 문화 학습에는 소극적이었다. 또한 담임교사로부터 긍정적 기대와 심리적 지지를 받으며 또래 관계에서 왕따 경험이 없었다. 그리고 필리핀 공동체에 자주 참여하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주류문화 지향형은 균형 지향형처럼 이주민 부모가 심리적, 사회적으로 안정되었고, 자녀에 대한 관심 또한 많으나 이주민 부모의 언어나 문화 학습에는 소극적이었다. 또한 담임교사로부터 긍정적 기대와 심리적 지지를 받으며 또래 관계에서 왕따 경험이 없었다. 균형 지향형과 달리 아버지 친척들과의 교류가 많고, '한국인'의 외모와 차이가 적어 피부색으로 인한 갈등은 보이지 않았다. 경제적으로는 어렵지만, 어머니가 통역사 일을 하고 있어서 사회적으로는 인정받는 직업을 갖고 있었다. 하위문화 우세형은 균형 지향형, 주류문화 우세형과 달리 이주민 부모가 심리적, 사회적으로 불안정하고, 자녀에 대해 무관심하나 이주민 부모의 언어나 문화 학습에는 다소 적극적이었다. 또한 담임교사로부터 기대와 심리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또래 관계에서 왕따 경험이 있었다. 필리핀 공동체에 자주 참여하고 있으며, 매스미디어에서 이주민에 대한 소개 방식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일탈 위험형은 하위문화 우세형과 마찬가지로 이주민 부모가 심리적, 사회적으로 불안정하고, 자녀에 대해 무관심하나 이주민 부모의 언어나 문화 학습에는 다소 적극적이었다. 또한 담임교사로부터 기대와 심리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또래 관계에서 왕따 경험이 있었다. 그리나 하위문화 우세형과 달리 필리핀 공동체에 그다지 자주 참여하지 않으며,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이고 매스미디어에서 이주민의 소개를 보며 자신의 삶과 비교하며 심리적 위로를 받고 있었다. 그리고 제주지역 필리핀계 이주민 자녀들 모두는 정부의 일방적 이주민 정책으로 학교에서 '다문화가정 자녀'로 불리는 것에 대하여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이상과 같이 제주지역 필리핀계 결혼이주민 자녀들의 정체성 형성에는 이주민 부모의 출신국가, 외모와 사회경제적 지위 등에 대한 차별적 사회문화와 같은 거시적 요인, 한국인 부모 및 친척과의 교류, 학교의 다문화교육 정책, 이주민 공동체 참여, 매스미디어 등의 사회조직적 요인, 그리고 이주민 자녀들의 부모, 교사 및 또래 등 의미 있는 타자들과의 상호작용 등 미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었다.